제주역사여행

새별오름과 한림바다

도채비꽃 2024. 9. 22. 21:54

새별오름은 높이(약 519m)로, 경도나 가벼운 도보 여행에 선호되는 장소입니다. 오름의 정상에 오르면 제주의 넓은 평야와 바다를 전체에 바라볼 수 있어 뷰가 괜찮으며, 가을에는 억새가 오름 전체를 끝까지 이루고 있습니다. 말굽형 분화구가 여럿 겹쳐 봉우리가 5개나 되는 오름입니다. 5개의 봉우리가 마치 별처럼 보인다고 해서 샛별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의 목장 초원지대가 시원하게 들어옵니다. 멀리 비양도가 보입니다. 비양도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구렁이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지없이 평온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역사 속의 이곳은 결코 평온한 장소가 아닙니다. 이 일대는 '칼과 방패가 바다를 뒤덮고 간과 뇌가 땅을 가렸다'던 '묵호의 난당시의 일대 격전장이었습니다.

원나라가 이미 망한 뒤인 공민왕 23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반원 자주 정책을 폈던 공민왕은 이전에도 제주 탄환을 위해 몇 차례 군사를 파견합니다. 그러나 제주에 살던 원나라 목동들이 워낙 강력하게 반발해 계속 실패를 했습니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건 명나라의 개입과 말 때문이었습니다. 공민왕 23년 명은 탐라에 있는 원나라의 말 2천필을 요구했습니다.

고려의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탐라의 목동들은 받아들일 수 없어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원나라의 원수인 명나라에 말을 내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에 공민왕은 탐라 공격을 단행합니다. 전함 314척 5,605명을 최영 장군에게 주어 본격적인 제주 몽골의 목동 토별이 시작됩니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토벌대라고 합니다.

탐라의 토벌은 명나라의 견제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탐라는 원나라의 직접 통치를 받았기 때문에 탐라의 귀속권은 고려가 아니라 원을 멸망시킨 명나라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불쌍한 탐라 원나라가 망하니 이제는 명나라가...

고려의 입장에서 보면 탐라는 아무리 원나라 직송량이라 해도 명의 이런 야욕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탐라를 장악해야만 했을 것 같습니다. 최영 장군이 이끌고 온 2만5천 토벌군을 저지하지! 위해 목호의 기병 3천이 집결했던 곳이 바로 비양도 앞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고려군들이 기세를 잡지 못했지만 결국은 처절한 전투가 시작되었답니다.

여름비 방면으로 전투는 확대되어 갔습니다.

이곳 새별오름에서 내려다보면 더 넓게 펼쳐진 벌판이 이에 해당하는 전쟁 장소입니다. 이후로 묵 호들은 패배로 여기서 밀려 서귀포시 서홍동 쪽으로 쫓겨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법화사가 목호들의 세력 원나라의 귀족들 근거지였답니다그 이후 묵 호들은 계속 밀려서 서귀포 앞 바다의 범섬에서 최후를 맞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올레 7코스 외돌개(장군바위)의 전설도 이 시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전쟁으로 고려는 원나라 세력을 완전히 우리 땅에서 몰아내게 되었습니다. 탐라도 이 전쟁으로 100년간의 몽골 지배에서 끝납니다. 서귀포시 법환동에서 범섬을 보며 기억나지 않지만 이야기해 주신 어느 분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몽골인들이 100년이면, 이들이 제주에 와서 무엇을 했을까요? 말만 키웠을까요? 매일 술만 마셨을까요? 제주의 여인들과 사랑도 했을 것이고 혼인하여 아이도 낳았을 것이고 말을 다루는 기술도 전수해 주고 아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도 제주인이 되어가고 있지 않았을까요? 2만5천명이 넘는 대규모 토벌군이 동원되어 순수몽골인만 징벌을 했을까요? 어느 제주인에게는 그들이 할아버지일 수도 아버지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 말을 하면서 정말 제주인에게 최영 장군이 영웅이겠냐는 질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림의 아름다운 바다로 이어져 새별오름까지 조용하고 멋스러운 제주풍경이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새별오름을 지나 펼쳐진 목장 지대를 보면 전쟁을 상상할 수도 없이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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