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역사여행

탐라에서 제주로...

도채비꽃 2024. 9. 22. 11:44

'탐라 제주의 옛 이름입니다. 그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이름이 언제, 왜 바뀌었는지, 또 그 이름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그 이름들 속에는 독립국 탐라를 둘러싼 세력 관계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탐라에서 제주로 이름이 바뀐 건 고려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왜 바꿨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탐라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글자 그대로 탐라(耽羅)는 즐길 탐, 벌릴 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합니다. 한자라고 해서 모두 뜻글자인 건 아니랍니다. 뜻이 아니라 소리만 빌려 쓴 한자도 많다고 합니다.'의 경우도 그렇다고 합니다. 고대의 제주를 일컫는 말로 탐라 외에 담라,탐모라,탐부라,담모라,탁라,섭라 등이 사서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이건 '탐라'가 소리글자임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우리나라 방언에 도(島)를 섬이라 하고 국(國)을 나라(羅羅)라 하니 탐, 섭,담 세음은 모두 섬과 비슷하니 대저 도국(島國)이라 한다고 연암 박지원의 말씀이 있습니다. 곧 섬나라를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고려 고종 때부터 쓰였다는 '제주(濟州)'는 무슨 뜻일까요?

전주,경주,상주,원주,나주 등의 예에서 보듯이 제주의 뒤에 붙은 주(州)는 큰 고을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탐라'에서 '제주'로의 명칭 변화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濟)는 '큰물을 건넌다'라는 뜻입니다. 결국 '제주'는 한반도로부터 바다 건너 먼 지역에 있는 중요한 행정구역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다면 '탐라'에서 '제주'로의 명칭 변화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제주도는 다시 '탐라'라는 이름을 회복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삼별초 항쟁이 끝나고 제주가 몽골의 직할지가 된 1273년 무렵부터 라고 합니다. '탐라국 초토사' , '탐라총관부 명칭에서 이를 확인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건 몽골이 고려로부터 탐라를 떼어내 자신들이 직접 지배하고자 했던 겁니다. 그래서 '탐라'라는 명칭이 잠시 회복되었던 거라고 합니다. 외세의 농간 속에 반복된 탐라와 제주의 명칭 변경, 이것은 이래저래 주변의 외세 사이에서 시달렸던 제주 사람들의 아픔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탐라에게 고려와 몽골은 둘 다 외세일 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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